본문 바로가기

혼자 떠는 수다

코로나19시대의 외출

#코로나19시대에 적응하는 법

#코로나19시대에서 정신건강 지키기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

 

2020년 1월 19일 한국의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일로부터 75일째인 오늘. 어제보다 87명의 확진자가 추가되어 오늘 기준으로(2020.04.02) 확진자 수는 9,976이다. 전 세계 기준으로는 확진자가 936,275명. 사망자는 47,261명에 이르렀다. 이렇게 수치를 적으며 글을 시작하는 건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새기기 위해서다. 936,275명의 사상자를 기록하고 있는 또 그보다 더 많은 의료인, 구급대원, 경찰,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전장에 나가 싸우고 있는 전쟁상황에 준하는 아주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생각하면 집에 머무는 것이 당연해지고 다행스러워진다.

 

나는 워낙에 집에 잘 있는 편이라 그간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아주 가끔 카페에 나가 앉아있던 것도 그만두고,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보러 동네 마트에 가는 것도 인터넷 쇼핑으로 대체하고 집에만 있었다. 그런데 내가 집에 잘 있을 수 있었던 건 혼자였기 때문이었을까. 코로나19로 인테리어 공사 일정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목수를 업으로 삼고 있는 배선생도 연일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러면서 작은 집에 다 큰 어른 둘이 부대끼게 되고 평온했던 집은 서서히 끓기 직전의 물처럼 불화가 보글보글 솟기 시작했다. 

 

어느 날. 며칠째 심기가 불편한 내 눈치를 보던 배선생이 말했다.

  “우리 텐트 가지고 아무도 없는 데 가서 좀 앉아있다 올까? 평일이니 사람 없는데 찾아보면 있을 텐데.”

순간 눈이 반짝였을까. 배선생은 자진해서 창고에 처박혀있던 텐트를 꺼내왔고 떠날 준비를 했다. 코로나19 마스크가 필수 착장이 거울 앞의 립글로스는 서랍으로 들어갔다. 화장할 필요가 없으니 덕분에 준비는 금방 끝났다. 대신 자리를 차지한 소분된 세니타이져와 물비누, 살균 소독제. 외출용 파우치에 그대로 옮겨 담고 우리는 떠났다.

 

개인위생 삼총사

 

원래도 사람 많고 북적이는 걸 싫어해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다녔던 터라 평일 낮, 사람 없는 외진 곳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이번 외출 픽은 강화도. 지난 주말 강화도로 떠난 사람들의 행렬로 강화대교, 초지대교 입구가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이유는 인구 절반이 60대 이상인 강화도를 코로나19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입도하는 사람들 전부에 대해 체온검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미 기사를 통해 이 소식을 알고 있었고 혹시라도 입도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면 두말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우리의 외출은 ‘사람 없는 외진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평일의 강화도는 한적했다. 초지대교를 통해 입도했고 차량에 탑승한 채로 체온 검사가 이루어졌고 교통체증은 전혀 없었다. 목적지는 오두돈대 근처 도로변. 한참 강화도로 드라이브를 많이 다녔을 사람들이 이곳에 텐트를 치고 여유를 즐기는 보고 지도 앱에 위치를 저장해 놨었다. 근처에 오두돈대라는 유적지가 있어서 오두돈대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 사실 여기는 정말 그냥 도로변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여기로 모이는 이유는 노지임에도 근처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기 때문. 그래서 원래는 텐트를 있는 자리마다 사람들로 가득 찬다. 

 

6~7년 전 사두고 잘 안 쓰다가 꺼내온 오토텐트.

 

드라이브 나온 차들보다 덤프트럭이 많았다.

 

단출하게 떠나왔더니 짐도 별로 없다

 

그러나 이날은 사람이 없었고 덕분에 그늘막 시설 아래에 텐트를 있었다. 보통의 주말보다 덤프트럭들이 많이 다니긴 했지만 괜찮았다. ‘사람 없이 외진 찾아 50km 넘게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GS편의점 행사 때 득템한 제로퍼제로 돗자리

 

텐트 안 고리에 마스크 걸어두었다. 귀한 내 마스크

 

지난 겨울 사놓고 처음 개시해 본 우드스토브

 

노을 바라보는 건 언제나 좋다

 

우드스토브에 불을 피워보았다. 멍은 역시 불멍. 쉽게 타오르고 쉽게 사그라지기도 하는 불꽃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답답했던 마음도 풀어졌다. 근데 불 앞에서 멍 때리는 거 위험하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어둑해질 때까지 불만 바라보게 된다. 텐트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모아 담았다. 땅을 파서 물을 뿌린 뒤 우드스토브 안의 재를 묻었다. 몇 번이고 발로 밟아 불씨를 죽이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짧은 외출이었지만 앞으로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코로나19 나의 건강과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시 성실히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를 해나갈 에너지를 얻은 같다. 당분간은 얌전히 집을 지킬 있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