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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마이스 컴 트루

취향마이스 컴 트루 3 : 처음인 것은 처음 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록

#치앙마이 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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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2 : 여행은 시작되었다

 

취향마이스 컴 트루 2 : 여행은 시작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록 #치앙마이 앓이 #남아있는 사진으로 쓰는 여행기 [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1 : 여행지는 타협불가 취향마이스 컴 트루 1 : 여행지는 타협불가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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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경험이 많지도 않지만 없지도 않은데 공항에만 오면 긴장된다. 긴장을 놓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도 있다. 재작년에 공항에서 여권을 잃어버릴 뻔한 기억 때문이기도 하고 동행인 배선생이 모든 걸 나에게 맡긴 채 정말, 그냥, 단지 ‘따라다니기’만 하기 때문이다. 여행지 선택, 항공권 예매, 호텔 예약, 일정짜기, 유심사기, 유심설치, 환전예약, 환전, 체크인, 체크아웃, 돈 관리, 주문, 계산, 택시 잡기, 길 찾기 등등 여행의 수없이 많은 퀘스트는 전부 내 몫이다. 배선생은 오직 ‘따라다니기’와 ‘짐들기’뿐. 그래서 출국장으로 나가기 전 반드시 완수해야 할 것들(체크인, 짐 부치기, 유심 수령, 환전)을 놓치지 않고 하려면 긴장하는 수밖에 없다.

 

자발적 긴장 속에서 자잘하지만 중요한 일들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간다. 분주하게 혹은 여유롭게 면세점을 둘러보는 인파에 섞이니 서서히 긴장은 사라지고 슬슬 배가 고파진다. 공항 내의 식당은 솔직히 맛도 그저 그렇고 가격도 부담스럽지만 며칠 동안 한식을 먹을 생각하면 그저 그런대로, 여행 마지막 식사를 즐기고 싶어 푸드코트를 찾는다.

 

제2터미널 출국장 내 식당, 손수반상의 김치찌개와 순두부찌개

 

탑승구가 내려다보이는 푸드코트 창가에서 탑승권 샷

 

뷰 맛집

 

식사를 마치고 면세점을 둘러볼까 했지만 하지만 딱히 공산품에 대한 물욕이 없고 당장 필요한 것도 없어서 산책 걸었다. 그러다 공차를 마시며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건 어디서 사지?’하며 공차를 찾아 헤맸다. 공차는 내가 타야 탑승구 반대편, 공항 구석에 있었다. ‘우롱밀크티 + 당도50% + 얼음regular’ 최애 조합 음료를 들고 탑승구로 돌아가는 길은 종아리가 땅길 정도로 멀었다. 새삼 인천공항 정말 크다는 느꼈다. 거리를 왕복할 만큼 공차가 맛있었느냐! 하면 맛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탑승시간까지 대기해야 하는 지루한 시간에 공차가 없었다면…(절레절레) 멀고 공차에 다녀오길 잘했다.

 

아직 열리지 않은 탑승구 앞에서 공차에 의존해 대기시간 버티기

 

탑승시간에 가까워지자 승무원들이 나타나 탑승안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비행기 맨 뒷좌석을 예매한 나는 일찌감치 탑승하고 싶어 줄을 섰다. 선반에 짐을 옮기느라 정체되는 탑승객들을 견디기엔 너무 뒷좌석이었다. 나보다 빨리 줄을 선 4인 가족 다음으로 두 번째였던 나는 여권과 탑승권을 손에 쥐고 탑승을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선 줄의 바리케이드가 열리기 전 탑승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승무원들은 피켓을 들고 서서 어떤 승객들을 찾고 있었다. 먼저 탑승이 가능한 사람들은 ‘퍼스트 클래스 승객’과 ‘모닝캄 회원 승객’이었다. 저비용 항공사만 이용해 본 나는 몰랐다. 모든 승객은 평등하지 않았다. ‘모닝캄 회원’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봤다. 일정 마일리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회원이었다. 퍼스트 클래스 승객과 모닝캄 회원 승객이 지불한 혹은 지불해 온 푯값에 우선 탑승에 대한 권리가 있는 거겠거니 했지만 솔직히 기분은 좀 그랬다. 이런 줄 알았으면 일찍 줄은 안 섰을 것 같다. 

 

기내에 들고 타는 짐 중에 빠지지 않는 것들이 몇 개 있다. 입국심사서를 쓸 펜, 비행시간 동안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아이패드와 이어폰, 고개가 꺾인 채 잠들 수 없기에 부피가 있어도 챙기는 목 베게. 근데 나는 정말 몰랐다. 대한항공에 타면 앞 좌석에 TV가 달려있고 헤드셋과 쿠션과 담요가 기본 제공된다는 것을. 작은 손가방에 꼼꼼히 챙겨 넣은 아이패드와 이어폰과 목 베게는 고스란히 머리 위 짐칸에 올려보냈다. 

 

국가번호 +82의 민족답게 정시보다 이른 시간에 탑승이 완료됐다. 사람들은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 쿠션과 담요의 비닐을 뜯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좌석을 세팅했다. 이어 ‘긴 비행시간 어떤 영화를 봐야 소문이 날까’라는 듯 헤드셋을 쓰고 리모컨을 꺼내 TV를 조작했다. 처음 맛보는 서비스에 나도 약간 들떠서 사람들이 하는 걸 따라 했다. 춥지 않지만 담요를 덮고 쿠션을 끌어안은 채 헤드셋을 쓰고 TV 아래 구멍에 잭을 연결했다. 아니 연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구멍이 맞지 않았다. 승무원에게 물어봐야 하나 싶었지만 그건 조금 부끄러웠다. 스스로 어떻게든 헤드셋 연결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모든 구멍에 (심지어 딱 봐도 볼트가 조여진 부분에도) 잭을 꽂아보지만 아닌 건 아니었다. 머리를 굴려보다가 주변 승객들에게 눈을 돌려보았다. 너무나 평온하게 헤드셋을 연결해 영화를 보고 있다. 한 승객의 머리에 걸려있는 헤드셋의 선을 눈으로 천천히 따라갔다. 헤드셋은 좌석 팔걸이 앞부분에 연결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걸 알고 있을까? 경험에 의한 걸까? 눈치로 터득한 걸까? 무엇보다 대한항공은 왜 이걸 승객들이 다 알고 있을 거라고 판단할까? 헤드셋 포장 비닐에 안내 문구 아니 작은 힌트라도 주는 게 힘든 걸까? 나는 이런 걸 보수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작은 배려를 일부러 놓치고 가는 태도. ‘모르면 말아,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아’ 하는 태도. ‘모르는 게 이상한 것’에 짓눌려 ‘나도 알고 있었어’와 같은 시크한 척을 하게 만드는 태도. 그러나 나는 적어도 시크한 척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시크한 척 하느라 만끽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이 너무 많았다. 

  “와씨, 여기 있어. 완전 미로찾기네.”

여전히 헤드셋 잭을 들고 헤메는 배선생에게 연결 방법을 알려주자 배선생은 바로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모를수도 있지라고 말해주고 나도 말에 기대어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날고 있다는 걸 실감나게 해주는 구름 뷰

 

<다음편에서 계속 ☞☞☞>

[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4 : 도착하는 순간 퐨타지(fantasy)

 

취향마이스 컴 트루 4 : 도착하는 순간 퐨타지(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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