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록
#치앙마이 앓이
#TMI 여행기
[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3 : 처음인 것은 처음 인대로
취향마이스 컴 트루 3 : 처음인 것은 처음 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록 #치앙마이 앓이 #TMI여행기 [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2 : 여행은 시작되었다 취향마이스 컴 트루 2 : 여행은 시작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록 #치앙마이 앓이 #남아있..
useful-midnight-teller.tistory.com
이륙 후 한 시간이 채 안 됐을 즈음 기내가 분주해졌다. 기내의 맨 뒷좌석이자 갤리 바로 앞좌석이었던 나는 분주함의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기내식이 준비되고 있었다. 기내식을 실은 커다란 철제 카트가 줄지어 앞좌석으로 옮겨졌다. 앞좌석부터 제공되나 보다 하는 순간, 남자 승무원이 우리게 말을 걸었다.
“소고기와 면, 닭고기와 밥, 생선과 감자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떤 것 드시겠습니까?”
‘기내식은 비빔밥이 최고’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비빔밥 주세요’라는 대답을 장전하고 있었으나 내게 주어진 선택지에 비빔밥은 없었다. 잠시 멈칫했지만 얼른 하나를 선택해 받았다.

소고기볶음과 면, 가니쉬로 곁들인 당근과 깍지 콩, 고구마 샐러드, 조각 파인애플, 모닝 빵, 버터, 물. 숟가락과 포크가 두 세트, 컵, 이쑤시개와 물티슈, 냅킨. 아기자기한 구성이었다. 다만 손잡이가 있는 플라스틱 컵의 용도를 몰라 곰곰이 생각해보다 앞 접시 용도로 사용했다. 버터 바른 빵을 올려놓거나 음식을 덜어 먹었다. 식사를 마칠 즈음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 주전자를 들고 “차 드시겠습니까?” 하며 다가온 승무원을 보고 내 판단이 실수였다는 걸 알았다. 찻잔이었다. 빵부스러기와 소스로 범벅된 내 찻잔을 보고 승무원도 아주 잠깐 멈칫했다. 금세 새 종이컵을 가져와 따뜻한 홍차를 마실 수 있게 해주었지만.

대만 청춘 영화(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도, 검색을 해봐도 제목을 모르겠다.) 한 편을 보고 ‘광대들 : 풍문 조작단’이라는 한국 영화를 절반쯤 보았을 때, 내내 어둡게 유지되었던 기내에 불이 들어왔다. 곧 착륙 한다는 안내 방송이 뒤따라 이어졌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벨트를 풀고 짐을 내렸다. 맨 뒷좌석인 나는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었다. 좁은 통로에서 사람들과 섞여 있다 괜한 조바심에 예민해지고 싶지 않았다. 아주 잠깐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주변이 조용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승무원들이 우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국가번호 +82의 민족이었다. 나는 K-승객들의 신속하고 정확한 ‘빠름’에 새삼 놀랐다.
입국심사 대기 줄에서 태국 유심 교체를 시도했다. 지난 두 번의 방콕여행에서도 태국 유심을 이용했지만 그때는 방콕 공항 내 유심 센터에서 수령하고 직원이 교체까지 해주었기 때문에 직접 유심을 설치하는 건 처음이었다. 긴장됐다. 처음이면서 기계를 다룬다는 것이 늘 그렇듯이.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유심을 갈아 끼우자마자 태국의 통신사 AIS에서 유심 교체 성공을 증명하는 환영의 문자들을 마구 보내주었다.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보니 더는 빠를 수 없이 네이버 화면이 떴다.
‘오케이, 이제 짐 찾고, 택시만 잘 타면 된다’
출국 전 그랬듯 입국 후의 퀘스트를 잘 완수하기 위해 자발적인 긴장을 북돋웠다. 그러나 치앙마이는 내가 긴장 속에 있도록 두지 않았다. 입국심사 대기 줄을 감독하던 공항직원들은 “왼쪽” “끝에” “가세요”라며 짤막한 한국말을 했고 그 말을 듣고 웃는 내게 “좋아요”라며 더 큰 미소를 보내주었다. 입국심사대에서 긴장한 채 지문을 찍는 내게 심사원은 여권을 돌려주며 “해버 굳 트립” 했다. 인자한 미소와 함께. 늦은 밤 근무에도 기꺼이 온화한 미소를 보내주는 치앙마이 사람들에 의해 자발적 긴장은 무장해제당했다.
입국장을 빠져나와 택시 부스를 찾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150밧 정찰제로 택시를 탈 수 있는데 아무 데서나 택시를 잡으면 200밧, 300밧 바가지를 쓸 수 있다는 블로그 글을 본 적이 있다. 무조건 국내선 쪽 1번 출구에서 택시를 타야 한다는 말에 1번 출구까지 가려고 했다. 근데 내가 빠져나온 국제선 게이트 앞 택시 부스에 ’TAXI to Down Town’ ’TAXI 150/car’라고 쓰여 있는 걸 봤다. 보통의 나였다면 미리 알아온 루트대로 움직였을 테지만 그 부스로 직진했다. 이리저리 우왕좌왕 갈팡질팡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치앙마이에 왔으니 치앙마이 사람처럼 여유로워지고 싶었다. 제일 먼저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고 싶었다.
휴대전화 속 영상에 몰두해 있던 여직원은 내가 보여준 호텔 주소를 택시 호출 용지에 받아적더니 “고 게이트 원” 했다. 1번 출구까지 한참 걸어야 하는 걸 알았던 나는 걷지 않고 가까운 출구에서 택시를 탈 요량도 있었는데 어떤 부스에서 택시를 원해도 1번 출구로 보내지는 모양이었다. 1번 출구 밖으로 나가니 ‘치앙마이 공항 택시’라고 크게 적힌 입간판이 있었고 그 앞엔 여행객들과 택시 기사들로 복잡했다. 줄을 서야 하는지 어째야 하는지 알 수 없었던 우리는 택시 호출 용지가 잘 보이게 들고 아무에게나 “택-씌?” 했다. 어리둥절해 있던 것도 잠시 금방 택시가 배정되었다.
무심한 듯 젠틀한 여성기사님이 운전하는 도요타의 SUV를 타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태국의 시원한 밤공기가 차창으로 넘어들어왔다. 빠르게 지나가는 치앙마이의 밤거리를 바라보며 머리칼에 손가락을 넣어 보송보송한 밤공기를 만끽했다. 치앙마이에 도착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치앙마이에 흠뻑 젖어드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다음편에서 계속 ☞☞☞>
[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5 : 촘촘한 야시장 플랜 스타트 : 치앙마이 수목금 야시장
취향마이스 컴 트루 5 : 촘촘한 야시장 플랜 스타트 : 치앙마이 수목금 야시장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록 #치앙마이 앓이 #TMI 여행기 [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4 : 도착하는 순간 퐨타지(fantasy) 취향마이스 컴 트루 4 : 도착하는 순간 퐨타지(fantasy)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
useful-midnight-teller.tistory.com
'취향마이스 컴 트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향마이스 컴 트루 6 : 사바이 사바이 호텔 치앙마이 : 치앙마이에서의 4박 (0) | 2020.04.14 |
---|---|
취향마이스 컴 트루 5 : 치앙마이 수목금 야시장 : 촘촘한 야시장 플랜 스타트 (1) | 2020.04.14 |
취향마이스 컴 트루 3 : 처음인 것은 처음 인대로 (0) | 2020.04.10 |
취향마이스 컴 트루 2 : 여행은 시작되었다 (0) | 2020.04.09 |
취향마이스 컴 트루 1 : 여행지는 타협불가 (0) | 2020.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