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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는 수다

무계획 식탁 1 : 2월 N첩 반상 시대

#코로나 19 시대의 식탁 기록

#느낌대로 장 보고 장 본 대로 해먹는 집밥

#먹는 인간의 굴레 

 

나의 엄마는 밥을 잘 차려 먹이는 것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아니, 딱히 그렇다기보다 밥을 해 먹이는 것 말고는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는 옛날 사람이었달까. 가족의 식사를 위해 종종거리며 집과 직장과 시장을 오가던 엄마의 모습은 나의 유년시절 대표적인 기억이다. 

 

그런 엄마의 밥을 먹고 자란 나는 집밥에 대한 환상과 미움이 동시에 있다. ‘손수 차린 식탁이 인간에게 미치는 절대적인 영향력’에 대한 환상과 ‘인간의 희생이 필수적인 식사노동’에 대한 미움. 식탁과 식사가 한 몸인 것처럼 집밥에 대한 환상과 미움도 분리되지 않고 애증의 대상으로 매일 나와 함께 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19 이후 너무 매일 매일 밥을 차려야 한다. 힘들다. 장 보는 것도 식재료를 관리하는 것도 요리하는 것도 치우고 정리하는 것도 모두 힘들다. 형편없는 인간의 연비가 개탄스럽다. 왜 때문에 인간은 하루에 삼시 세끼를 먹도록 설계되었나. 식사를 차려 먹는데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었나. 근데 이렇게 식사노동이 힘들고 벅차다면 식욕이 줄어야 맞는데 또 그건 다른 문제다. 매끼 맛있는 걸 먹고 싶고 먹고 싶은 게 끊임없이 떠오른다. 눌어붙은 냄비를 닦느라 검은 때가 다 튄 앞치마를 집어 던지고도 백종원의 유튜브를 구독하고 밀키트 사이트를 즐겨찾기 한다. 집밥에 대한 애(愛)와 증(憎)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있다. ‘먹는 인간’으로써의 굴레. 벗어날 수가 없다.

 

벗어날 없다면,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열심히도 해먹는 식탁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래야 식사 노동에 대한 보람이 생길 같다. 조금 악에 받쳐 쓰는 식탁 일기. 시작!

 

인스타그램 요리계정에서 보고 따라 두부 두루치기와 계란찜, 봄동 겉절이.

 

냉동 바지락살과 새우를 넣고 만든 오일 파스타.

 

미역국과 감자조림. 크래미를 찢어 마요네즈와 머스타드, 후추를 섞어 채를 당근, 오이를 함께 김에 싸먹는다. JMT.

 

엄마 레시피를 흉내 낸 된장찌개와 달래 무생채. 달래 무생채 진짜 맛있다. 원래는 굴도 넣는데 굴 철이 지나 굴 없이 만들었다.

그리고 인당 2개씩 때려먹는 계란후라이.

 

분식집 서타일 라면.

거의 끓인 다음에 먼저 면만 건져내고 국물에 계란 넣어 반숙으로 익혀 먹기. 

 

주부 9 벽돌 굽고 밑반찬.

 

콩나물, 만두, 삶은 계란 때려 넣고 해먹는 라볶이.

 

대나무 찜기에 조기 찌고 계란말이, 된장국.

사진 찍을 시간 주는 배선생.

 

감자채 볶음과 북어 콩나물 뭇국. 오뚜기 간편 김치전 부쳐서 같이 먹었다.

 

꽈리고추 메추리알 장조림 . 가지볶음과 비엔나소시지 데침.

 

청국장과 삼겹살 구이.

 

정체 모를 덮밥. 장조림 하느라 꽈리고추 처리하려고 아무 데나 팍팍 넣어 먹기.

 

제육볶음과 계란찜.

제육볶음 레시피는 삼시 세끼에 나온 차승원 레시피가 최고.

 

카레, 크래미순두부계란국, 어묵 볶음.

 

김치찌개, 옛날 소시지 부침.

 

볶음밥. 전날 먹고 남은 찌개와 반찬.

 

2월의 식탁,

무업상태인 내가 식탁 노동에 열과 성을 다하던 2. 퇴근하고 돌아오는 배선생을 위해 매일 새로운 반찬을 만들며 식탁에 애정을 쏟았던 달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

[유즈풀의 낮] - 무계획 식탁 2 : 3월 도움! 밀키트!!

 

무계획 식탁 2 : 3월 도움! 밀키트!!

#코로나 19 시대의 식탁 기록 #느낌대로 장 보고 장 본 대로 해먹는 집밥 #먹는 인간의 굴레 [유즈풀의 낮] - 무계획 식탁 1 : 2월 N첩 반상 시대 무계획 식탁 1 : 2월 N첩 반상 시대 #코로나 19 시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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