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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6 : 사바이 사바이 호텔 치앙마이 : 치앙마이에서의 4박
취향마이스 컴 트루 6 : 사바이 사바이 호텔 치앙마이 : 치앙마이에서의 4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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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전날 긴 비행에 야시장 방문까지 휴식 없이 이어진 일정에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고 그래서 늦게까지 자기로 했는데도 말이다. 테라스로 다가가 암막 커튼을 열고 밤새 차단되어 있던 전망을 두 눈 가득 담았다. 커다란 나무 사이사이, 수영장 타일 하나하나 햇볕으로 반짝였다. 창문을 열자 쏟아져 들어온 차가운 공기는 눈 밑에 달려있던 졸음마저 달아나게 했고 방안을 가득 채우는 햇볕을 가만 지켜보다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깨지 않았다면 모를까 잠에서 깬 이상 넋 넣고 있을 수 없었다. 흘러가는 1분 1초가 아까웠다.
“나가자!”


골목 깊숙이 위치한 호텔을 선택한 이유로 우리는 매일 일정을 시작하며 5분여를 걸어야 했다. 그러나 양쪽 길가를 가득 메운 나무들과 그 나무 위 지저귀는 새들 그리고 아침 햇살이 어우러진 길을 걷는 이 5분은 치유 그 자체였다.
배선생과 함께한 지난 몇 번의 해외여행에서 우리가 동시에 만족한 여행의 모먼트는 ‘걷기’였다. 도시의 골목골목을 걷고 걸으며 길 잃음을 긍정하고 충동적으로 일정을 변경하며 쾌감을 느껴왔다. 그리고 그것이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재미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여행에서 원하는 건 비싼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나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걷는 동안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난관 혹은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선 여한 없이 걷기로 했다.




님만해민 지역으로 진입하기 위해 왕복 4차선 도로 앞에 섰다. 치앙마이의 도로 대부분은 보행자를 위한 신호가 없다. 심지어 치앙마이 최대 번화가 마야몰 앞 왕복 8차선 도로에도 신호는커녕 횡단보도도 없다. 여행 전 이 점이 가장 겁나고 머리가 아팠다.
4박 6일간의 치앙마이 여행 중 터득한 횡단보도 없는 길 건너기 방법은
- 능숙하게 길을 건너는 현지인 따라 건너기
- 차량용 신호가 있는 지점까지 걸어가 우회전 신호 시 건너기
이중 실패 없이 써먹은 방법은 2번.

우리나라와 다르게 태국은 차량이 좌측통행 하기 때문에 좌회전 신호가 아닌 우회전 신호가 있다. 우회전 차량에 의해 차단된 반대편 차선을 주의 깊게 살피고 좌회전해 들어오는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조심하면 신호 없이도 마음 편히 길을 건널 수 있다.

님만해민으로 진입해 시아 피쉬 누들을 향해 계속 전진했다. 여행 준비 중 봤던 님만해민의 핫플들이 보였다. 설레고 좋아서 마음껏 두근대다 살짝 길을 헤맸지만 금방 오늘의 첫 목적지 시아 피쉬 누들에 도착했다.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내가 겪어본, 생각해 온 태국의 국숫집들 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외관 때문이었다. 개나리색도 겨자색도 아닌 보송보송한 병아리색 차양 아래 깔끔한 내부가 숨어 있었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요청했다. 미리 모든 메뉴를 숙지하고 갔지만 메뉴판은 꼭 필요하다. 음식 사진을 손가락으로 집어가며 “디스 원, 디스 원”하며 주문해야 하니까. 미리 생각해둔 등뼈국과 피시볼 국수, 밥을 주문했다.
금세 음식들이 나왔다. 돌진하는 배선생의 숟가락을 제지하고 빠르게 사진을 남겼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그리고 한국사람이라면 꼭 밥을 같이 시켜야 한다. 신기한 건 김치가 생각날 수밖에 없는 뽀얀 국물과 밥의 조화인데 김치 없이도, 빨간 양념 한 톨 없이도 술술 넘어간다.
이 집의 단점이라면 내가 식사하는 동안 함께 머무른 3~4테이블 모두 한국 여행자였다는 것. 어쩐지 나는 해외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이 반갑지 않다. 뭐랄까 해외여행의 기분을 반감시킨달까. 내가 이렇게 느끼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한국어로 대화하기가 조심스럽다. 사실 해외에서 만나 한국인들 모두 고마웠는데. 내 첫 태국여행에서 사진을 부탁한 한국 여성분들이 찍어준 사진들 너무 프로페셔널해서 깜짝 놀랐는데. 단점 취소!






식사를 마치고 올드타운으로 들어가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그림같이 예쁜 거리를 사부작사부작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물비린내를 맡았다(내 코는 개 코). 올드타운 성곽을 따라 조성된 해자(연못)의 냄새였다. 지도 앱을 켜니 올드타운 북서쪽 모서리에 빨간 점이 박동했다.
“오 드디어 올드타운이다. 많이 걸었네.”
뿌듯함도 잠시 도로를 위험천만하게 건너는 서양인들을 보고 경악했다. 차도 사람도 움찔대며 겨우 충돌을 면하는 광경을 보자 겁이 났다. 좀 더 안전한 곳에서 길을 건너야겠다 싶었다. 해자 바깥 편 길을 계속해 걸었다. 그러나 이것이 더욱 험난한 선택이었다는 걸 이때는 몰랐다.
<다음편에서 계속 ☞☞☞>
[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8 : 치앙마이 프로 뚜벅이 2부
취향마이스 컴 트루 8 : 치앙마이 프로 뚜벅이 2부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록 #치앙마이 앓이 #TMI 여행기 [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7 : 치앙마이 프로 뚜벅이 1부 취향마이스 컴 트루 7 : 치앙마이 프로 뚜벅이 1부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록 #치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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