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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7 : 치앙마이 프로 뚜벅이 1부
취향마이스 컴 트루 7 : 치앙마이 프로 뚜벅이 1부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록 #치앙마이 앓이 #TMI 여행기 [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6 : 사바이 사바이 호텔 치앙마이 : 치앙마이에서의 4박 취향마이스 컴 트루 6 : 사바이 사바이 호텔 치앙마이 : 치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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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앱을 따라 해자 바깥 편 길을 걷는데 길이 점점 험해졌다. 편도 2차선 도로 위로 차들은 쌩쌩 달리는데 인도는 어느 순간 사라져 가고 그마저도 길가에 주차된 차들 때문에 곡예 도보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조금 더 가면 차량용 신호가 있을 것이고 거기서 길을 건너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조금 더 조심히 길을 걸었다. 그러나 길은 끝없이 위험했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계속 걷기만 하다가 어느 대형 병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 기다렸다 건너보자”
차도에 빈틈이 생기길 바라며 기다렸지만 좀체 타이밍이 나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배선생과 내가 생각하는 타이밍이 엇갈리기도 하면서 짜증이 쌓였다. 그렇게 길가에서 움찔대길 10여 분. 드디어 우리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신중하고 능숙하게 길을 건너는 현지인을 따라 겨우 성곽 쪽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마와 인중에 땀이 송글 맺혀 있었다.
“하 타이밍 잡기 진짜 힘들다.”
“잽싸게 가면 건널 수 있었어.”
“지금 나 때문에 오래 걸렸다는 거야?”
(실언을 잘 하는) 배선생은 잔뜩 짜증이 오른 내게 딱 걸리고 말았다. 한 마디의 실언으로 아름다운 해자 앞에서 흠씬 물어 뜯겼다. “따라만 다니는 주제에” “국제 미아 만들어 줄까?” 있는 힘껏 토해내고 나니 눈앞에 목적지가 보였다.
마룬 카페는 주택들이 늘어선 골목에 몸을 낮게 낮춘 듯 자리해 있었다. 원목과 라탄으로 꾸며진 카페엔 우리 둘과 네 명의 태국 소녀들뿐.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에어컨 없이 오픈된 공간이었지만 선풍기 바람만으로도 땀을 식히기엔 충분했다. 땀이 식고 아늑한 실내에서 안정을 되찾고 나자 좀 전의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빠르게 달리는 차들 곁에서 애를 태워가며 고군분투하고 그것 때문에 약이 오른 감정을 배선생에게 터트린 것이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배선생에게 사과하고 싶어졌다.
“미안해”
“뭐가?”
“아까…”
“에이 모야”
배선생은 독이 오른 폭언을 듣고도 먼저 미안하다고 하면 그런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 준다. 대인배인척 하는 것인데 어쩌면 진짜 대인배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보다 먼저 와 있던 네 명의 태국 소녀들이 1인 1음료 1디저트를 주문해서 우리의 음료가 서빙되는 데 조금 오래 걸렸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았다. 입속에 방울을 넣고 말하는 것 같이 카랑카랑한 태국 소녀들의 대화를 기분 좋게 엿듣고 있었다. 물론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렇게 조용히 앉아 태국 소녀들의 대화를 BGM 삼아 잠시 넋을 놓고 있는데 자꾸 한국말이 섞여 들렸다. 그것도 남성의 목소리가. 귀 기울여 들어보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한국노래였다.
‘어머 이것이 바로 한류?’
곰곰 들어도 도저히 무슨 노래인지 알 수가 없었다. 네이버 앱을 켜서 음악 검색을 실행했다. 결과는 이요한이라는 가수의 ‘TO YOU FOR YOU’. 신기했다. 생전 처음 듣는 한국노래를 치앙마이에서 듣다니. 이 분이 태국에서 유명하신 걸까 마룬 카페의 개인적인 취향인 걸까.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카페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였다.
(근데 이분 검색해보니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팬들과 잠자리를 즐기는 웃기는 사람이네. 소비하지 말아야지. 마룬 카페는 이 사실을 모르겠지? 알려주고 싶다.)
얼죽아인 나는 얼음과 컵의 궁합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얼음이 컵에 닿는 느낌과 소리, 울림의 합이 좋을 때 음료의 맛을 상승시킨다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마룬 카페는 컵과 음료의 시너지가 좋다. 빨대를 따라 입안으로 들어오는 한 모금 한 모금이 경쾌하다.
몸과 마음에 휴식을 충전하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골목 초입엔 주택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 점점 여행자들을 위한 식당이나 카페가 많아졌다. 창가에 앉아 노란 망고주스 한 잔과 책을 읽거나 맥주를 곁들인 여행자들의 여유를 보며 여행의 의미와 여행자의 자세를 되새겨 봤다. 그러다 눈에 띈 한 식당. 허름하고 어둡고 주력하는 메뉴 없이 우리나라의 김밥천국같이 온갖 태국음식을 파는 곳.
“들어가 볼래?”
팃 로암 푸드 앤 드링크,tid laom food & drink
(식당의 이름도 몰랐다. 포스팅을 쓰는 지금 검색을 통해 겨우 알았다.)
길가를 내다보게 되어있는 바 좌석과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홀, 이렇다 할 환풍기나 배수설비 없이 선반 몇 개로 이루어진 주방. 팃 로암에 들어간 것은 충동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충동적인 선택은 우리가 여행에서 늘 바라온 것이었다. 음식의 맛도 위생도 보장받을 수 없었지만 도전하는 재미는 가득했다. 우리가 2인석에 자리를 잡고 앉자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사진이나 그림이 없는, 영어가 잔뜩 쓰여 있는 메뉴였다. 영어를 찬찬히 읽으며 옐로커리 위드 쉬림프와 스티어 캐슈넛 위드 치킨, 패션프루트 주스, 땡모반을 선택했다. 주스를 제외하고 온전히 감으로 찍은 메뉴였다. 주문하는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직원 아주머니가 영어를 전혀 못 하셨다. 메모지에 영어로 메뉴명을 적어드렸는데 잘 모르시겠는지 물음표를 붙인 태국 단어를 계속 말씀하셨다. 서로 알아듣지 못하니 멋쩍은 웃음만 계속 오갔다. 그러다가 주방 쪽으로 가시더니 사진과 영어설명이 함께 있는 메뉴판을 가지고 오셨다. 내가 의아한 듯 웃자 아주머니도 웃었고 서로 불통 없이 주문을 완료할 수 있었다.
자기 몸만큼 커다란 배낭을 메고 온 서양 여자 둘과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헐렁한 바지 차림의 서양 할아버지 사이에서 우리는 이 충동적인 선택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위생과 노 맛에 여행의 흥을 잃진 않을까 봐 조금 두려워하면서.
태국의 김밥천국답게 메뉴는 속속 서빙되었다. 배선생의 옐로커리는 밥과 잘 어울렸고 오동통한 새우가 음식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캐슈넛 볶음의 야채와 닭고기도 신선했고 캐슈넛을 함께 깨물 때의 식감이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우리를 향해 짓는 직원들의 미소가 좋았다. 치앙마이 사람들은 정말 잘 웃어준다. 낯선 곳에서 긴장 할 수밖에 없는 여행자들을 단번에 마음 놓게 하는 아름다운 미소다. 그리고 나는 그 미소에 자꾸 반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꾸 반한다. 다시 가고 싶은 치앙마이다.
<다음편에서 계속 ☞☞☞>
[유즈풀의 낮] - 취향마이스 컴 트루 9 : 치앙마이 프로 뚜벅이 3부 : Love's 70 - 반 부리 카페 - 다니타 마사지 - 새러데이 나이트 마켓
취향마이스 컴 트루 9 : 치앙마이 프로 뚜벅이 3부 : Love's 70 - 반 부리 카페 - 다니타 마사지 - 새러데이 나이트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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